임종 직전 작성한 유언장 효력,

대법원이 다시 그은 기준선

— 대법원 2024다309430 판결의 의미와 실무 시사점 —

폐암 말기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사망을 사흘 앞둔 부모님이, 곁을 지킨 자녀에게 “전 재산을 너에게 남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증인 두 사람이 이를 받아 적었고, 그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상속인들은 “말은 할 수 있는 상태였으니 녹음으로 유언했어야 했다”며 유언장 효력을 다투었습니다.

1.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란 무엇인가

민법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의 5가지 방식만을 허용하며, 법정 요건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입니다(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

이 가운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민법 제1070조 제1항)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허용되는 특별방식의 유언입니다. 임종 직전 병상에서 이루어지는 유언이 주로 이 방식에 해당하므로, 실무에서는 “임종유언”이라는 용어로도 불립니다.

법정 요건 5가지

①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의 유언이 불가능할 것 ② 2인 이상의 증인이 참여하고, 유언자가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할 것 ③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하여 낭독할 것 ④ 유언자와 다른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 ⑤ 급박한 사유 종료일로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할 것(같은 조 제2항)

2. 대법원 2024다309430 판결의 핵심

이 사건에서 망인은 폐암 말기 및 폐렴으로 인한 통증과 진정제 투여로 신체상태가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있었고,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으며, 자유롭게 계속 말하는 것조차 곤란하였습니다. 망인은 유언일로부터 사흘 뒤 사망하였습니다.

원심은 “망인이 자신의 재산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이상,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수증서 유언의 요건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유언자가 처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의 구체적 내용과 함께 유언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거동이나 필기행위의 가능성, 호흡이나 발음기관에 나타난 장애의 정도,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의 전체적인 내용과 성명·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었는지 여부,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가능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요컨대, 유언자가 짧은 단어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녹음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였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되며, 발음기관의 장애 정도와 자유롭게 계속하여 구술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임종 직전 유언장의 효력 판단을 둘러싼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됩니다.

3. 유언장 효력 분쟁이 위험한 이유

임종유언을 둘러싼 분쟁은 단 하나의 요건 흠결만으로도 결과가 정반대로 뒤바뀝니다. 실제 판례에서 확인되는 대표적인 위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검인 기간 도과의 함정입니다. 대법원은 “질병으로 인한 구수증서 유언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언이 있은 날에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9. 12. 13. 자 89스11 결정). 즉 유언일로부터 7일이 지난 후에 검인을 신청하면 그 자체로 부적법하여, 유언자의 진의가 아무리 명확하더라도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둘째, 증인 결격 문제입니다. 민법 제1072조는 미성년자, 피성년·피한정후견인, 그리고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자 및 그 배우자·직계혈족을 증인 결격자로 규정합니다. 상속인이 직접 대필한 경우 유언 전체가 무효로 평가될 위험이 큽니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18. 6. 8. 선고 2018가합65 판결).

셋째, “고개 끄덕임” 함정입니다. 유언자가 직접 구술하지 못하고 미리 작성된 서면을 보고 “네”, “음” 정도로만 반응한 경우, 대법원은 이를 “유언취지의 구수”로 보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유언공증증인이 옆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의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넷째, 입증의 비대칭성입니다. 유언의 효력을 주장하는 측은 5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반면, 다투는 측은 그중 하나의 흠결만 보이면 됩니다. 유언일 당시의 의료기록·간호기록·영상자료 확보 여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4. 김앤현 법률사무소의 유언 분쟁 승소사례

사례 1 — 알츠하이머성 치매 상태에서 작성된 유언공정증서를 무효로 돌린 사건

[상황] 의뢰인은 어머니를 여읜 후, 어머니께서 생전에 특정 형제에게 부동산 전부를 유증한다는 유언공정증서를 남기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유언 작성 약 2년 전부터 이미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고 계셨고,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전략 맥락]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을 받았다”는 외관 때문에 다투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본 사무소는 형식 요건이 아닌 “유언 당시 의사능력 부재”를 정면으로 주장하기로 하고,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결과 7점 내지 12점, 치매중증도검사(GDS) 4단계 내지 6단계 등 객관적 의료기록을 집중 확보하여 제출하였습니다.

[결과] 법원은 “망인이 공정증서 작성 당시 자신의 행위의 법률적 의미·효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유증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부동산 지분 1/6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명하였습니다. 전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의의] 유언공정증서라 하더라도 유언자의 의사능력 부재가 입증되면 효력이 부인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임종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사안에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사례 2 — 유언무효확인 소송과 연계한 유류분반환청구권 시효 방어

[상황] 의뢰인은 자필증서 유언의 형식 하자를 알게 되어 유언무효확인 소송을 먼저 제기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유류분 침해를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며 단기소멸시효 도과를 주장하였습니다.

[전략 맥락] 본 사무소는 “유언의 효력이 다투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반환할 증여·유증의 존부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시효 기산점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법리를 구성하여, 유언무효확인 소송 확정 시점을 시효 기산점으로 주장하였습니다.

[결과] 법원은 본 사무소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고, 본안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확보하였습니다.

[의의] 유언장 효력 분쟁과 유류분 분쟁은 별개의 절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효·입증·전략이 긴밀히 연결됩니다. 임종유언이 다투어지는 사안에서는 두 절차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여야 의뢰인의 권리가 온전히 보호됩니다.

5. 임종유언 효력 자가점검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하나라도 “확인되지 않음”에 해당한다면, 유언장 효력에 관한 분쟁 가능성이 큽니다. 각 항목의 최종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  유언일 당시 유언자가 자필·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 방식의 유언을 할 수 없을 만큼 신체상태가 저하되어 있었는가 (전문가 확인 필요)

□  증인 2인 이상이 유언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석하였고, 그중 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직계혈족이 포함되지 않았는가 (전문가 확인 필요)

□  유언자가 미리 작성된 서면을 보고 답변한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입으로 유언의 취지를 구술하였는가 (전문가 확인 필요)

□  구수를 받은 증인이 이를 필기한 후 그 자리에서 낭독하였고, 유언자와 다른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였는가 (전문가 확인 필요)

□  유언일 또는 급박한 사유 종료일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하였는가 (전문가 확인 필요)

□  유언 당시의 의료기록, 간호기록, 영상자료 등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어 있는가 (전문가 확인 필요)

6. 결어

이번 대법원 2024다309430 판결은,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으니 다른 방식의 유언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단편적 판단을 경계하고, 유언자의 신체상태와 발음기관의 장애 정도, 자유로운 구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한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임종 직전 가족들이 분주히 대응한 유언이 사후에 무효로 돌려져 가족 분쟁이 격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이 판결은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임종유언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5가지 요건은 여전히 엄격히 유지되며, 그중 하나의 흠결만으로 유언장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유언을 준비하시거나, 이미 작성된 임종유언의 효력이 우려되는 경우, 신속한 전문가 자문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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